백남준 뒷조사를 하다!
백남준(1932~2006)은 전 세계에 그 이름이 통하는 유일한 한국 예술가였다. 사람들은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이자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로서 그가 일군 예술적 성취와 명성을 뛰어넘을 만한 한국 출신 예술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들 말한다.
인천국제공항의 이름이 지어지지 않았을 때 예술계가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을 떠올리며 ‘백남준 국제공항’을 희망한 이들도 많았을 만큼 인기도 있었다.
“2012년까지는 살아야 내 예술적 욕심을 웬만큼 채우겠다.”던 그가 간 지 2년8개월. 이번에 문을 여는 백남준 아트센터를 생전에 스스로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이라 명명할 정도로 애착을 많이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
백남준의 귀환 이전에 이미 백남준 아트센터는 그 자체로 화제의 대상이었다. 백남준의 49제 당시 유족과 문화재단은 백남준 유작을 놓고 갈등을 벌였으며 때마침 서울시립 미술관에서는 백남준 작품에 원본 영상 대신 서울시 홍보영상을 넣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토비아스 버거와 클라우디아 페스타냐라는 외국인 큐레이터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정규직 큐레이터로 선임되어 화제를 모았고 광주비엔날레등 대형전시를 기획해 온 이영철이 관장으로 부임하면서 백남준 아트센터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조되었다.
독일 여성 건축가 크리스텐 셰멜이 설계한 초기 아트센터 모습에서 많이 변형된 건물은 관람객이 입장한 뒤 전시장 안에서 안으로 이동하며 공간 속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건축가 조성룡씨가 설계한 ‘지앤 아트 스페이스’는 백남준 아트센터로 오르는 골목길 구실을 하면서 일종의 마을을 형성해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조성룡씨는 “아트센터 위에서 내려다보면 옛 초가지붕이 그렇듯이 거북 등 껍데기처럼 모습이 드러나도록 의도했다”고 소개했다. 백남준 아트센터를 둘러본 뒤 일종의 사랑방처럼 쉬고 얘기를 나누며 작은 전시회를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저절로 만들어진 셈이다.
백남준 아트센터에 가다!
백남준 아트센터가 드디어 개관했다. 백남준 사후 2년만에 완성된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은 생각보다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용인시 상갈동에 위치해 있는데, 교통편이 그리 편하진 않아서 힘들게 오랜 시간(최소 2시간 30분) 후에야 겨우 도착했었다.
정식 개관은 10월 8일 이지만 기자신분을 이용하여 개관식날인 7일 많은 취재진과 관계자들 틈에서 관람을 하였다. 첫날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뭔가 좀 어수선하고 산만했다.
개막식은 백남준 아트센터의 초대관장을 맡은 이영철 관장의 선포로 시작되었다.
세 개의 깃발은 각각 의미가 담겨 있는데, 왼쪽의 깃발은 플럭서스가 사용한 자유를 중간 깃발은 태극기의 색과 면적을 계산하여 형체를 해체한 것으로 근대적 의미의 국경 국가의 느슨해진 이데올로기의 해체 과정에서 각 지역이 전 세계와 연결되어 새로운 세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NOW JUMP!
백남준의 귀향을 축하하는 개관 기념 페스티벌 ‘나우 점프(NOW JUMP)!’는 백남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변화의 운동을 강조하여 여기가 바로 유토피아이고, 네가 있는 이 세상에서 바로 실천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타이틀은 이솝 우화의 한 구절을 차용한 것으로, "여기가 로도스섬이다, 지금 뛰어라!"라는 의미이다.
이 제목은 관념이 아닌 실행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으며, 백남준 아트센터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예술적 실천을 수행하고자 했으니 ‘백남준 페스티벌’을 통해 백남준과 백남준을 넘어서는 미래의 예술로 도약하고자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페스티벌은 다음해 2월 5일 까지 120일간 계속되는 ‘나우 점프!’는 백남준 아트센터 전관과 이웃한 ‘지앤 아트 스페이스’, 신갈고등학교 체육관을 이어 펼쳐지며, 다섯 개의 스테이션으로 꾸며져 있다.
스테이지 1이 백남준의 작품들과 기록물을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백남준과 그와 친분을 맺었던 친구들과 동료 그리고 그와 연관 있는 여타 예술가들에 관한 기록과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는 이 전시는 백남준을 비롯하여 조지 브레히트, 앨런 카프로 등 플럭서스 멤버들, 셉 보이스와 존 케이지 등의 작품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기록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스케치를 보여준다.
스테이지 2는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이 아닌 행위 예술가 백남준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세계 공연예술계의 기린아들을 초청해 백남준 행위예술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모습을 전시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무후무한 전위적 퍼포먼스를 펼쳤던 백남준의 행위예술 이후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퍼포먼스를 조망 전시형태로 놓이는 퍼포먼스들은 시각예술과 공연의 미묘한 경계를 제시함으로써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천국'을 비롯해 페스티벌에 소개될 약 20여 개의 퍼포먼스 공연들은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 무대를 떠나 전시 공간에 놓여있다.
스테이지 3은 일종의 백남준에게 바치는 오마쥬쯤 되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는데 성능경, 조민석, 샤샤, 잭슨홍등 신구르 아우르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맥락의 작품들이 어우러지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함으로써 인간의 삶과 자연 및 기술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면서 백남준으로 부터 시작한 여행의 여정을 그려, 미래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 전시에는 생태도시 건축 설계에 평생을 바쳐온 파올로 솔레리의 프로젝트 스케치 및 조형물이 전시되어져 그와 더불어 한국 건축가 조민석의 프로젝트, 빅 판 더르 폴과 헤르빅 바이저 등 해외작가들과 잭슨 홍, 사사 등 국내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과 공존하며 도시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을 적나라하게 흠씬 드러내고 있다.
스테이지 4는 백남준 연구를 위한 학술 프로젝트, 예술의 사회적 공명을 꾀하기 위한 담론의 세계이다. 백남준 예술과 이후 예술의 파장이 가져온 맥락의 변화, 새로운 지형, 그리고 미지와 여백을 생각하는 세계로 주로 워크숍, 국제 심포지움, 저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 하나하나는 백남준 아트센터가 나아갈 방향과 밀접한 관련을 축으로 상호 연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테이지 5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결합시킨 포괄적인 미디어아트의 영역에서 젊은 예술가 개인 혹은 그룹을 발굴하여 2009 백남준 아트센터 예술상 수여 및 전시가 있을 계획이라고 한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작품인 <TV물고기>. 어항과 뒤에 비춰지는 영상.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며 불쌍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생각에는 TV 보다는 관람객들이 두드리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TV정원> 화면 속에 여러 장면들이 나왔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타이즈를 입은 여성들도 나왔었던 것 같다.
국내에선 처음 전시된 것이라고 하는 유명 작품인 <엘리펀트 카트>. 한 층을 반으로 나눠서 그런지 천장이 좀 낮아 갑갑해 보였다. 그래도 우산 같은 것 빼고는 맘에 들었던 작품.
이것도 꽤 유명한 작품 중에 하나인 <TV부처>. 60년대 뉴욕 개인전에 출품되어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그 이후 여러 버전이 있는데, 부처님과 TV 그리고 폐쇄회로 카메라 이세가지 구조는 똑같다. 단순하지만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전시관을 한 참 돌아다니던 나에게 시원함을 선사해줬던 작품이다. 질비나스 켐피나스의 전시물로, 바람과 함께 하늘하늘 팔락거리며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디오테이프가 시각적으로도 촉각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꽤나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었다.
펼쳐져 있는 피아노와 뭔가 적혀있는 A4용지들.. 모빌같이 예뻐 보였다.
12음계에 설치된 삼원소. 들어서는 순간 “우와~!!”라는 소리를 내지르게 만든 작품. 레이저빔, 수정, 모니터, 거울, 기본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야맹증인 나에게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은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었지만, 저것들은 강하게 나를 이끌어 단숨에 그 앞으로 달려 나가게 만들었다. 그 안은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 같은 느낌이었다.
벽면을 가득채운 박미나의 설치예술로 각각 립스틱, 아이새도, 펜을 이용하여 종이에 그린 것들이다. 상당히 노가다 적으로 보일수도 있는 작품. 직접 한번 해보고 싶다.
김두진의 <블러 블러 블러>와 <도로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 동화로 익숙하지만 조금은 기괴하게 재구성된 모습들이 신선해 보였다.
양옆 액자 속 그림의 눈이 서로 실로 이어져 있다. 실로인해 만들어진 그림자가 마치 눈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김보민의 <제국의 역습> 이라고 하심..^^
버튼을 조작하여 앞의 철가루와 끈적해보이는 액체 같은 것을 움직일 수 있는 장치. 주파수 소리 같은 것도 나는데, 작가와 작품명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도 역시 체험을 통해 인터렉션 할 수 있는 작품에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것 같다. 윌리엄 포사이스의 <추상적 도시>라는 인터렉티브 비디오 설치물 앞에서도 한참 서있었던 것 같다.
<쏘우>같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작품으로 공포스런 화장실이 연출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무척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해골 마네킹이고, 옆에 닫혀있는 칸은 잠겨져있었다.
Sasa[44]의 <Our Spot::Sydney 2004>라는 설치작품. 뭔가 마트에온 기분이랄까.. 분명 누군가 슬쩍 가져갈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김보민의 <제국의 역습>이라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양아치라는 작가의 <미들코리아>라는 작품이라고하심.. 둥글둥글 귀여운 것이 한번 타보고 싶기도 하고.. 기념촬영도 해보고 싶었지만 차마 할 수는 없었다.
전시작품 외에도 몇 가지 퍼포먼스들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시관관계상 몇 개 밖에 보지 못해 아쉬웠다. 직접 본 퍼포먼스는 침을 길게 뽑아내는(?) 위의 것이랑 천국이라는 것 두 개 이었다. 좁은 문을 통과해 어떤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위의 작은 구멍에서 떨어지는 물과 매달려 신음소리를 내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천국이다. 그곳은 무척이나 습하고 냄새도 나고 산소도 부족해서 금세 나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인상에 남기는 하지만, 왜 그것이 천국인지 설명을 듣고 싶었다.
이밖에도 기억에 남는 것이 꽤 많이 있다. 어떤 여자와 내장을 꺼낸 돼지를 함께 묶은 채로 십자가에 매달아 의식 같은 것을 치루는 장면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영상이라든가, 센서로 작동하는 고문의자 라든가.. 어떤 작가 할아버지가 붓 같은 것으로 한계의 범위를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들은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대체로 백남준 작품보다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이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백남준의 말말말!
전시장 곳곳에서 백남준이 했던 말이나 글귀들도 찾아 볼 수 있었다.
"마르셀 뒤샹은 이미 비디오 아트를 제외하곤 모든 것을 다 이뤄놓았다. 그는 입구는 커다랗게 만들어 놓고 출구는 아주 작게 만들어놓았다. 그 조그만 출구가 바로 비디오 아트이다. 그리 나가면 우리는 마르셀 뒤샹의 영향권 밖으로 나가는 셈이다."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전자와 인공을 결합시키면 모든 것을 생산해낼 수 있다. ... 따라서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이다. 나는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적이고 물질적인 조건, 즉 수평적 수직적 탐구에 관심을 갖는다."
"뒤샹조차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100년이 걸렷다. 나는 더 걸릴 지도 모르겠다.... 2032년에 사람들은 ‘더러움’을 보여주는 나의 날림의 미학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돌아오며 생각하다!
다양한 작품과 그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백남준의 거대한 작품 같은 것은 볼 수 없었지만, 다른 작가들의 기괴하고도 재미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아직 조금은 준비가 미흡한 점이랄까.. 몇몇 작품이 설치가 안 되어 있는 것이나 동선이 꼬이는 것은 첫날이니깐 그렇다 치더라도, 전시장을 관리 홍보 하시는 분들은 좀 그랬다. 정신없고 어수선 한건 이해를 하겠는데... 나를 너무 우습게보신 건지...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그렇게 대하는 건 좀... 무튼 집에 오면서 소심한 나의 마음을 빈정 상하게 만들었었다. 전시장에서 작품은 멋지고 감동적인데 사람 맞을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다며 진상을 부리시던 아저씨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됐었다.
어쨌든, 백남준 아트센터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조금 더 다듬고 점점 발전해서 정말 세계적으로 훌륭하고 멋진 전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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